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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기를... [태국 소현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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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23-06-06
6월이 시작되었는데 날씨는 예년 7월 날씨 같습니다. 벌써 이렇게 더우니 올여름은 꽤 더울듯싶네요! 10년을 넘게 태국에 살았어도 더위에는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든 태국은 매일 한두 차례 이상 비를 뿌려대고 있고, 여름방학을 끝낸 학교들은 신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달 신학기를 앞두고 매싸이 "축복의 씨암 교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장학금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후원 참여를 부탁했지만, 지난달 태국에 정기적으로 보내야 할 금액도 못 보낸 터에 후원은 무리기에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태국으로 돌아가려던 일정이 취소된 이후 교회나 단체의 정기 후원도 취소되면서 선교지에 대한 공공 재정 지원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학금 수여 대상자 선정에 이전에 저와 이야기되었던 조건(비 기독교인 후원)이 포함되지 않아 일단 이번 장학금 후원은 거리를 두었습니다. 물론 예전 리따와 매튜의 중,고등학교 진학은 공동체와 함께 후원해서 잘 진학하고 졸업까지 했습니다. 교회가 성도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성도들만을 위한 교회라면 그 교회는 제자리걸음일 뿐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셨던 것은 우리끼리만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이 되라 하셨습니다.
10여 년 전 산둥성 시골의 가정교회들을 방문하다 보면 초등학교가 무상교육인 중국에서 우리나라 예전에 육성회비 격인 600위안(당시 환율로 9만 원)이 없어서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생활이 어려운 가정교회 지도자들이나 성도들에겐 조금씩 도움을 주었지만, 가정교회라는게 시골 마을의 농가다 보니 자연스레 이웃들과 어울리게 되고 다른 아이들이 다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 혼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대부분 그 일 년에 내는 600위안이 힘들어 학교에 못 보내는 가정이었습니다. 하긴 그런 가정의 한 달 수입이 600위안 벌기도 힘든 가정들이었으니까요. 친구들과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가정교회 지도자를 통해 그 금액을 지원해 줬습니다. 그리고 두어 달에 한 번씩 그 지역을 갈 때마다 학용품 등을 사다 주었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그 아이가 예배에 참석하고 부모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수백, 수천 명이 예배하는 한국의 대형교회에서는 그 교회 성도들 챙기기도 버겁겠지요. 그러나 "축복의 씨암 교회" 처럼 작은 교회라면 재정적으론 어렵겠지만 이웃을 둘러볼 기회는 더 열려있습니다. 지금 당장 예수를 믿고 교회를 나오지 않더라고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을 나눠주면 되는 겁니다.
예전 강 건너 식구들과 생활할 때 가장 경멸했던 사람들이 배고픈 그들에게 성경을 읽어야 밥을 준다고 했던 사람들입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번이라도 배불리 먹어보고 죽겠다고 목숨 걸고 강을 건너온 그들에게, 십자가가 있는 건물에 가면 밥을 준다 들어 일부러 찾아간 그들에게 예수님이라면 읽기도 힘들고 이해도 안 되는 성경을 읽어야만 밥을 준다고 하셨을까요?
치앙라이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 중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교사가 한 분 계십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힌두교와 무슬림들인 인도에서 온 선교사인데 도이퉁 산속에서 교회와 청년 공동체를 섬기며 마을 청년들과 농작물의 품종 개발과 재배 등 그 지역의 발전에 함께 힘쓰고 있습니다. 그와 늘 나눈 말이 예수를 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가 받은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며 교회에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힌두와 무슬림이 지배하는 인도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몸으로 터득했을 지혜겠지요. 그리고 그 스스로 태국에서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선교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한국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한국 사회가 개신교와 교회를 경멸하게 된 이유를 깨닫고 반성하며 더 낮은 자리에서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함께 아파하며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PS, 이 글을 쓰는 중에 맥 목사로부터 기도 요청이 왔습니다.
"Please pray for Our church, the place of study, is not enough for the students who come to study. We are thinking of building a building measuring 5 meters x15 meters, 2 floors."
교회 공간이 좁아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위해서 새로 건축을 계획 중이랍니다. 지금 예배 공간도 라디오 방송국을 위해 지은 공간인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은행 대출이 끊겨 본당 건물을 짓지 못하면서 예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작은 공간에 여유가 없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었으면 해결됐을 일인데... 교회 근처에 집을 얻어 그곳에서 교회뿐 아니라, 지역 학생들을 위한 study 장소로 사용하려 했었는데 귀국하면서 자연스레 미뤄졌습니다. 제법 큰 공간을 교회 부지에 짓는 거라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생각날 때마다 함께 기도해 주시고, 십시일반(十飯一匙, 還成一飯) 태국과 한국에서 함께 많은 이들이 참여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Kelly & Jer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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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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