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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부터 우리를 깨우는 소리들 - 선교지 한 달 살기 8일 차 [아프리카 카메룬 서지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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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21-07-15
아프리카 한달 살기 - 카메룬 은가운데레편 제 8일차
은가운데레의 하루는 일찍 시작됩니다. 밤새 고요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무거운 밤은,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로 정적이 깨집니다. 마치 창가 바로 옆에서 일어나라 하듯 지저귀는데 싫지 않는 기분 좋은 외침입니다.
공중나는 새를 보라는 찬양을 하시지요? 마태복음 6장 26절의 말씀입니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새는 마치 오늘도 근심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고, 너희 쓸것을 아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라고 하는 듯합니다.
다양한 색을 입은 들꽃들
선교지에서 한달살기 : 아프리카 카메룬 은가운데레 편 - 제 8일차
- 김동선 목사 -날씨 맑음. 온도 27도.
각자 개인의 시간을 가지며
빨래를 했다. 세탁기가 없으므로 손빨래를 해야 했다. 아내는 손목이 약해서 속옷과 양말은 괜찮은데 바지와 티셔츠 등은 내가 거들어 주어야 했다. 유진이가 자신이 조립한 빨래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다. 햇볕이 따뜻해서 금방 빨래가 말랐다.
일기를 쓰면서 매일을 정리하기
아들과 함께 산책하기
#음식
짜장소스를 곁드린 볶음밥
저녁에는 라면을 하나 끓여서 밥을 말아 먹었다. 양배추를 채 썰고 통조림 옥수수를 넣어 마요네즈와 케첩으로 소스를 만든 샐러드도 먹었다. 특히 갓뚜기표 마요네즈와 프랑스산 아모라 케첩은 환상의 조합이었다. 동서양의 만남. 케첩은 미국의 하인즈에 비해서 진하지는 않지만 허브 향기도 나는 것 같고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흔한 케첩 하나도 세련되게 만드는 프랑스의 음식솜씨에 감탄했다.
프랑스와 한국의 환상의 조합
우리는 음식을 단순히 판매되는 상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은 상품이 되기 전에 생명이었다. 동물이든 생물이든 한 때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사람은 매일 이 생명을 먹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건한 감사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하나하나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 비루한 살덩이에 전달된 그 생명들의 소중함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다. 아니 그 생명들을 나의 삶을 통해 찬란하게 피워보고 싶다. 그것이 나를 살게 해 준 그 생명들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이슬람 기도
새벽부터 우리를 깨우는 소리들이 있다. 일단 밤새도록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오전 4시를 전후로 해서 확성기로 무슬림들이 기도를 시작한다. 기도소리가 작아지면 루터교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종소리에 잠을 깬 닭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옆에 있던 개들이 따라 짖는다. 동이 틀 무렵이면 다시 기도소리가 들린다. 그 후에 새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먼저 참새들의 소리가 들리고 찌르레기, 뻐꾸기 소리가 들린 후 까마귀 소리가 마무리를 한다. 이때 쯤 해가 뜨면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자동차들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옆집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조잘 거린다.
루터교회 종탑
무슬림들은 정해진 시간에 기도한다. 기도시간은 동트는 시간을 기준으로 각 지역마다 다르다고 한다. 기도시간이 되면 어느 곳에서도 메카가 있는 동쪽을 향해 기도한다. 하루 다섯 번 정도 기도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곳의 무슬림들은 여섯 번 정도 기도하는 것 같다. 새벽, 해 뜨는 시간, 정오, 오후, 저녁 그리고 밤. 오늘은 04:49, 6:04, 12:15, 14:06, 18:25, 19:41분 즈음에 확성기를 타고 기도소리가 전달되었다. 그 소리는 마치 금요일 철야기도 때 나는 소리를 닮았다.
확성기에 나오는 소리는 중저음 톤에 남성이 기도하는 소리가 난다. 무엇을 해도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을 못하는 나는 어쩌면 이들의 태도를 닮고 싶은 것일까. 그 성실함과 꾸준함이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는 잠시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
이곳 아프리카 문화를 하나 둘씩 경험하고 있다. 은가운데레로 들어오다가 한 시골 마을에 플랜카드에 이렇게 써 있었다. “장례식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란다. 이곳에서 장례는 온 동네의 축제라고 한다. 고인이 더 좋은 곳으로 갔다고 믿기 때문일까.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이슬람 사람들은 당일 장례 당일 매장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더운 나라에서 위생의 문제 때문일까. 죽음에 대한 태도도 관대하다. 모든 것을 알라의 뜻으로 어떤 죽음도 담담하게 받아 드린다. 심지어는 사고사나 실족사의 경우에도 조사도 없이 다 뜻이 있다며 그냥 매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복잡한 문화권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 통계가 적은 것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또한 집합금지를 당하면 축제와 손님 없이 그냥 매장하기 때문에 보고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화장실 문화도 재미있다.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앉아서 볼일을 보는 한 남성을 보았다. 큰일을 치루는 것은 아닌 듯한데. 흥미로웠다. 남성은 앉아서, 여성은 서서? 볼일을 본단다. 또한 여성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비해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들이 대낮부터 삼삼오오 모여 빌리빌리라는 전통주를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종교로 인한 문화적 차이 일까. 사회 경제적 문제일까. 아니면 개인의 문제일까.
#부서진 사람, 꿈꾸는 인생
아내와 책을 읽으며 서로 소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부르더호프 공동체를 세운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를 다룬 책이다.그나저나 하이너는 어떻게 이들을 용서할 수 있었을까. 하이너가 순진했던 걸까 아니면 숭고했던 걸까. 은혜가 아니라면 하이너는 영영 추방당해 다시 공동체를 바로 세울 기회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순전한 믿음과 따뜻한 감성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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