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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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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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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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2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3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4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5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하여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6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7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8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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